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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과학의 언어로 쓰여진 우주의 대서사시(11 - 13장)

long&cucumber 2021. 2. 19.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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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 미래로 띄운 편지

저자는 지구 행성이 태어날 당시와 똑같은 조건의 행성이 은하수 어디에선가 다시 만들어진다면 거기에도 우리 인류와 비슷한 생물이 출현할 수 있을지 질문한 다음, 가능성은 거의 제로라고 대답합니다. 이유는 진화의 과정에서 작용하는 우연의 힘이 너무 크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인류의 조상이 오늘날의 나무 두더지와 비슷한 정도였을 약 6,500만 년 전 지구에는 공룡들이 군림하던 시기였습니다. 만약 그들이 진화의 어떤 우연적 요소 때문에 멸종하지 않았다면 오늘날 지구는 인간이 아니라 공룡이 가장 발달한 지능의 소유자가 되어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떤 알려지지 않은 우연적 요인 때문에 공룡은 멸종했고 진화의 방향은 달라졌습니다. , 나약한 포유류에 불과했던 인류의 조상이 점차 불을 다스리고 글쓰기를 발명했으며 별을 관측하고 우주선을 쏘아 올리기까지 하게 된 것입니다. 만약 지구의 환경조건이 조금만 달라졌다면 우리 인간이 이룩한 업적에 뒤지지 않는 문명을 꽃피울 다른 형태의 생명이 생겨났을지도 모릅니다.

 

폴 맥린이란 사람은 인간의 뇌의 고차원적 기능들이 크게 세 단계를 거쳐 진화되었다고 주장합니다. R-영역, 변연계, 대뇌피질이 각각 그것입니다. 먼저 R-영역은 인간의 공격적 행위, 정형화된 의식 행위, 자기 세력권의 방어, 계층적 위계질서의 유지 등을 관장합니다. 이 부위는 수억 년 전 인간이 아직 파충류였던 시기에 발달했습니다. 두 번째로 변연계는 영장류가 되기 전 포유류 시기에 생긴 부위로서 기분이나 감정 등 정서적 반응과, 자녀보호의 본능을 지시하고 제어합니다. 마지막 세 번째인 대뇌피질은 가장 바깥 부위이자 가장 나중, 즉 인간이 영장류였던 시기에 생겼습니다. 두뇌 전체 질량의 2/3 이상을 차지하죠. 직관과 비판적 분석, 아이디어 창출과 영감의 발현 등이 여기에서 이루어집니다. 인류와 다른 종의 차별화가 여기에서 비롯됩니다. 한마디로 문명은 대뇌피질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인류는 최근에 자기가 오랫동안 발전시키고 축적, 보관해온 문명 지식의 일부를 지구 밖에 존재할지도 모를 외계의 지적 생명체를 위해 전송하였습니다. 바로 보이저 1호와 2호에 실어 보낸 작은 레코드판을 통해서죠. 이 레코드판은 구리에 금박을 입힌 형태인데 그 안에는 인간의 유전자, 사람의 두뇌, 우리의 도서관 등에 대한 정보를 기술해 두었습니다. 또한 60개 종류의 언어로 된 인사말과 혹등고래들이 주고받는 인사말과 노래도 실려 있습니다. 또 지구의 여러 문화권에서 즐기는 음악을 1시간 30분 분량으로 수록해 놓기도 했습니다. 물론 어떤 외계 생명체가 이 레코드판을 발견한다 하더라도 거기에 실린 메시지를 해독할 수 있으리라 보장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우리의 정체를 알리려는 시도 자체는 중요한 것이며, 외계 문명과의 교신이 이루어져서 지구 문명도 은하 문명권의 어엿한 구성원이 되기를 저자는 희망하고 있습니다.

 

 

12 : 은하 대백과사전

은하수 은하에는 지구보다 나이가 수백만 년, 심지어는 수십억 년 더 먹은 행성들도 있을텐데, 그렇다면 이 행성들로부터 온 여행객이 지구를 방문한 적이 전혀 없었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저자는 이 질문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답변하고 있습니다. 물론 증명할 수 있는 증거를 제시하지는 못하지만요. 그리고 그들이 지구에 남기고 갔을지도 모를 외계 문명에 대한 단서를 발견하고, 우리 역시 외계를 향해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 방법들에 대해 언급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아주 가까이에 있는 어느 외계 행성에 고도의 기술문명을 지닌 지적 생명체들이 살고 있으면서 우리가 보내는 신호를 목을 빼고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표시합니다. 심지어 다음과 같은 상상을 펼치기도 하네요.

 

어쩌면 그들은 이미 지구에 와있을지도 모른다. 단지 신생 문명의 발전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어떤 윤리적 배려나 아니면 모종의 은하법 같은 규정 때문에 자신들의 존재를 우리에게 단단히 숨기고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p.615)

 

그리고 그 기대감을 좀 더 구체화시키기 위해 코넬 대학교의 어느 동료 교수가 창안해낸 방정식을 이용하여 우리 지구 문명권과 교신이 가능한 고등 문명권이 은하수 은하에 얼마나 있을지를 책에서 계산하고 있습니다. 너무 가변적 요소가 많은 수식이긴 하지만 저자는 이 방정식을 통해 은하수 은하단에는 문명을 지닌 행성의 수가 적게는 10개 정도에서 많게는 수백만 개까지 이를 수 있다고 주장하죠.

 

저자는 언젠가 이루어질 다른 문명과의 조우에 대해 기대감과 아울러 우려 또한 나타내고 있습니다. 한 문명이 다른 문명보다 과학과 기술이 월등하게 앞서 있을 경우 평화로운 조우로 끝날 것인가? 저자는 이 대목에서 16세기 스페인과 아즈텍 문명 사이의 비극적인 조우를 회상합니다. 공상과학 소설에서 즐겨 다루는 소재가 문명과 문명 사이의 충돌이고, 작품 속에서는 쌍방이 대등한 전력을 갖추고 막상막하의 대결을 펼치지만 실제로 은하의 어느 두 문명권이 대등한 과학 수준일리는 없을 것이라고 저자는 단언합니다. 한 문명이 다른 문명에 비해 절대적인 우위를 차지할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죠. 하지만 외계 문명에 관한 한 저자의 마음을 지배하는 것은 두려움보다는 희망과 기대의 감정입니다. 그는 외계 문명의 탐사야말로 실패해도 성공하는 사업이라고 표현합니다. 그들로부터 많은 정보를 얻게 되면 우리 지구의 문명은 엄청난 성장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하고 있죠. 세이건 교수는 그들로부터 얻는 다양한 정보를 거대한 은하 컴퓨터에 저장하여 코스모스와 외계 문명에 대한 은하 대백과사전을 만들자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13 : 누가 우리 지구를 대변해 줄까?

우주에는 생명이 전혀 서식할 수 없는 불모의 세상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습니다. 그에 비하면 이처럼 멀쩡하게 살아있을 수 있고, 더 나아가 자신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능력까지 소유하고 있는 우리는 얼마나 행운인지를 저자는 행복하게 고백합니다. 또한 앞으로 문명의 미래와, 인류의 생존 문제가 우리 두 손에 달려 있음을 독자들에게 인식시키고 있습니다. 우리가 지구의 입장을 대변해 주지 않는다면, 인류의 생존 문제를 우리 자신이 걱정하지 않는다면, 누가 그 일을 대신해 주겠는지를 말이죠. 이 장은 핵전쟁에 대한 인류의 공포와 우려를 담고 있습니다.

 

저자는 먼저 핵무기의 파괴력이 얼마나 엄청난지, 그리고 핵무기를 통한 전쟁 억제라는 아이디어가 얼마나 비논리적이고 무모한 생각인지를 설명합니다. 2차 세계대전은 핵무기가 사용된 최초의 전쟁으로서 우리에게 핵무기의 가공할 위력을 확인시켜 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의 전쟁 성향은 달라진 것이 별로 없음을 저자는 개탄합니다. 이어서 여러 가지 자료를 통해 인류의 광기어린 전쟁 성향을 조명하고 비판합니다. 예를 들어 전세계 과학자와 고급 기술인력의 거의 절반이 무기 생산과 관련된 직종에서 종사하고 있다든지, 대량 살상용 무기를 개발하고 생산하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최상의 임금과 여러 가지 특권을 누리고 있다든지 등등.

 

하지만 한편으로는 희망적인 사실도 언급합니다. , 인간은 진화과정을 지속하면서 본능뿐 아니라 이성적 활동을 영위할 수 있게 되었고, 무리생활을 통해서 상호 협력과 동반자적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능력 또한 함양시켜 왔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이러한 장점을 기초로 하여 전 인류가 머리를 맞대고 지금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지혜를 도출해 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저자는 행성에 탐사선을 보내는 데 쓰이는 로켓과 똑같은 로켓 추진체가 적국에 핵탄두를 날려 보내는 데에도 쓰인다는 사실을 언급합니다. 그러면서 우리의 에너지를 죽음과 파괴가 아니라 삶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지구와 지구인을 이해하는 동시에 외계 생명을 찾는 데 써야 한다는 것이죠. 행성 탐사에 쓰인 1달러가 국가 경제에 7달러로 돌아온다는 연구 결과도 제시합니다. 이렇게 우리가 가진 자원과 에너지를, 지구를 벗어나 우주로 나아가려는 노력에 투자한다면 그 효과가 여러 세대에 걸쳐 누적되어 달에 영구 기지를 설치한다거나, 화성에 유인 탐사선을 보낼 수 있게 된다거나 할 것이고, 결국에는 적지 않은 수의 사람들이 지구 외의 다른 세상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라고 인류의 미래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책을 요약하는 과정에서 누락시킬 수 밖에 없었던 흥미롭고 아름다운 내용들이 너무 많았다는 것을 꼭 언급해야 하겠습니다. 코스모스는 전문적이고 높은 수준의 지식을 가진 사람이 보통의 지식을 가진 평범한 사람들을 위해 책을 쓸 때 어떻게 쓰여져야 하는지에 대한 모범을 제시해 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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