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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과학의 언어로 쓰여진 우주의 대서사시(7 - 8장)

long&cucumber 2021. 2. 19.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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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 밤하늘의 등뼈

인류는 원시 공동체 시대부터 밤하늘의 별을 보며 나름대로의 설명을 해왔습니다. 지금도 보츠와나 공화국 칼라하리 사막에 사는 쿵족 사람들은 하늘이 거대한 짐승이고 우리는 그 짐승 뱃속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은하수는 그 짐승의 등뼈로서 어둠이 우리 머리 위로 떨어지지 않도록 지탱해 주고 있다고 믿고 있죠.

 

세월이 지나면서 우주와 별들에 대해 신화와 종교적 해석이 생겨나고 이것들이 사람들의 생각을 지배하게 됩니다. 오랫동안 종교의 피상적 해석이 자연을 이해하려는 인간의 본능을 가로막아 온 것이죠. 그러던 중 기원전 6세기 경에 지중해 이오니아 지방에서 새로운 생각이 싹트기 시작합니다. 고대 이오니아인들은 우주에 내재적 질서가 있으므로 우주도 이해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들은 우주의 정돈된 질서를 코스모스라고 불렀습니다. 그림자의 길이와 태양의 고도를 이용하여 피라미드의 높이를 측정한 탈레스, 그리스에서 최초로 해시계와 천구도를 만든 아낙시만드로스, 과학적이고 실용적인 지식에 기반을 둔 의학을 확립시킨 히포크라테스, 눈에 보이지 않지만 공기의 존재를 설명한 엠페도클레스, 모든 물질의 기본단위로서 원자의 존재에 대해 주장했던 데모크리토스 등등. 심지어 데모크리토스는 은하수가 수많은 별들의 집단이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오늘날 철학사에서 소크라테스 이전의 철학자들이라고만 간단히 언급되는 이 인물들의 과학적 사고방식과 실험정신을 저자는 높이 평가하고 있고, 그런 전통이 200-300년 밖에 이어지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합니다. 이후에는 추상적이고 신비적이고 권위적인 전통이 압도하게 되어 과학기술이 쇠퇴기로 치닫게 되죠.

 

이후 이오니아 사람들의 과학적 사고가 다시 한번 짧은 중흥기를 맞게 되는데, 바로 고대 알렉산드리아에서였습니다. 이 시기를 대표하는 인물은 아리스타르코스인데 그는 태양이 행성계의 중심이고 모든 행성은 지구가 아니라 태양의 주위를 돌고 있다고 주장한 최초의 인물이었습니다. 코페르니쿠스가 다시 발견한 이 진리를 이미 1,800년 전에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죠. 아리스타르코스 이후로 지구는 우주의 중심 무대에서 한 걸음씩 물러서는 과정을 이어오게 되죠. 지구는 더 이상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 은하계의 변방에 위치한 태양 주위를 돌고 있는 작은 행성에 불과하며, 우주에는 우리 은하계와 같은 은하들이 지구의 사람 숫자보다 많이 널려 있음을 이제는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우리 마음 한 구석에는 아직도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기를 바라는 아쉬움이 숨겨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특권의식을 버리고 우리의 위치를 정확히 아는 것이야말로 우주 가족의 일원으로서 올바로 살아가는 길임을 저자는 우리에게 교훈하고 있습니다.

 

 

8 : 시간과 공간을 가르는 여행

아마도 가장 어려운 장이 아닐까 생각되는데, 이 장의 주인공은 아인슈타인입니다. 아인슈타인은 어린 시절부터 과학에 흠뻑 빠져서, 만약 빛의 파동을 타고 여행을 한다면 세상이 어떻게 보일지 고민했습니다. 그는 우리가 빛의 속도로 이동하게 될 때 생겨나는 몇 가지 논리적 모순들을 발견하고 그것을 특수 상대성 이론으로 정리했습니다. 그 이론에 따르면 자연의 상식에 모순되기 때문에 광속으로 여행할 수 있는 우주선의 가능성은 배제되지만 그 대신 매우 뜻밖의 사실을 제시합니다. 그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이 시간지연 현상입니다. 만약 우리가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움직이면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현상을 경험하게 됩니다. 다시 말해 광속으로 여행하는 사람은 나이가 거의 먹지 않지만 그의 친구나 가족은 여전히 늙어간다는 의미입니다. 광속으로 우주여행을 하면 늙지 않으면서도 멀리 있는 다른 별에 갈 수 있다는 것이죠. 문제는 공학적으로 그런 우주선이 실현 가능한가 하는 것입니다. 저자는 현대 과학의 수준으로는 아직 불가능하지만 대신 다른 방법을 제안합니다. 예를 들어, 핵추진 동력을 이용하여 광속의 1/10 정도의 속력으로 이동할 수 있는 우주선을 만들고, 다세대 우주선 방식(다른 별의 행성에 도착하게 되는 우주선의 주인은 몇 세기 전에 우주여행을 시작한 사람들의 먼 후손이 되는)이나, 혹은 우주인 냉동동면 기술을 활용하는 방식 등이 그런 것들입니다.

 

저자는 광속에 가까운 우주선을 만들었을 때 어떤 상황이 벌어지게 될지를 좀 더 구체적으로 적고 있습니다. 이 우주선을 타고 여행하는 사람에게는 시간이 매우 느리게 흘렀을 것이므로 태양에서 약 6광년 떨어진 채 행성을 동반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바너드의 별까지는 약 8년 후에 도착하게 됩니다. 물론 여기서의 8년은 우주선에 실린 시계로 잰 시간이지, 우주선을 환송해주던 지구에 있던 사람들의 시간은 아닙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은하수 중심까지는 21, 안드로메다 은하까지는 28년이면 도착합니다. 그렇지만 지구에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는 우주 여행객의 21년이 무려 3만 년에 해당합니다. 저자는 이와 같은 상황을 상대론적 우주여행이라고 부르고 있고, 인류가 멸망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반드시 실현될 날이 올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그때가 되면 외계에서 다양한 성격의 행성계들을 발견한 다음 우리와 비슷한 조건의 행성들을 탐사 후보군으로 분류하여 우주 탐사선을 타고 방문을 시작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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