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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에어』(상) : 주체적 여성의 영원한 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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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ng&cucumber 2023. 5. 2.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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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적 사랑이란 것이 가능한지 궁금하다면 이 소설을 읽어보시길! 이번에 소개할 작품은 영국의 작가 샬롯 브론테의 제인 에어입니다, 하이틴 로맨스 정도로 생각하기 쉽지만 내가 지금까지 그랬으니까ㅜㅜ 훨씬 다양한 내용과 심오한 주제를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영문학사에서도 손꼽히는 걸작이라네요. 소설은 주인공 제인 에어가 과거를 회상하는 형식으로 쓰여져 있습니다.

 

 

제인 에어는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어느 가난한 목사와 결혼한 여인의 딸이에요. 부모는 딸을 낳은 지 일년도 안되서 둘 다 죽고, 제인 에어는 게이츠헤드 저택의 주인인 외삼촌에 의해 길러지죠. 그는 어린 조카를 무척 사랑했지만 그 역시 아내인 리드 부인에게 제인 에어를 친자식처럼 돌봐줄 것을 맹세시킨 후 일찍 세상을 떠납니다. 리드 부인은 억지로 한 맹세 때문에 아무런 사랑의 감정도 느끼지 못하는 남의 자식을 떠맡게 된 것이죠.

 

리드 부인 슬하에는 삼 남매가 있었는데 그중 제일 맏이인 존 리드는 14살의 난폭한 사내아이로서 자기보다 네 살이나 어린 제인 에어를 늘 못살게 굴고 괴롭힙니다. 하지만 리드 부인도, 그의 두 여동생 조지아나와 일라이자도, 제인 에어를 보호해 주기는커녕 그녀를 하녀보다도 못하게 취급합니다. 오직 베시라는 가정부만이 제인 에어를 따뜻하게 감싸줍니다. 제인 에어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리드 부인은 더 이상 그녀를 돌보지 않으려고 기숙학교로 보내기로 결정합니다. 제인 에어는 떠나면서 리드 부인에게 그동안 마음속에 쌓아두었던 원망과 분노의 감정을 토로합니다.

 

이제부터는 아주머니라고 부르지 않겠어요. 평생을 두고, 다 큰 뒤에도 만나러 오지 않겠어요. 누구한테 외숙모를 좋아하느냐 혹은 어떤 대접을 받았느냐 하는 질문을 받게 되면 생각만 해도 몸서리가 타고 형편없는 구박을 받았다고 대답하겠어요.”(상권 p.60)

 

제인 에어가 가게 된 로우드 기숙학교는 부유한 사람들로부터 기부를 받아 가난한 고아 소녀들을 가르치는 곳이었습니다. 관리자는 브로클허스트 목사였는데, 그는 기독교적인 검소한 생활훈련이란 명목으로 한창 성장할 나이의 학생들에게 빈약한 식사와 최소한도의 생필품만 지급하게 합니다. 그러면서도 자기 가족들은 호사스런 생활을 영위해가는 위선적인 사람이었죠. 춥고 배고픈 학교생활이었지만 제인 에어는 그곳에서 너그럽고 품위있는, 거기다가 젊고 미인이기도한 템플 교장선생님을 만나 많은 감화와 유익한 교육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몇 살 위의 헬렌 번스라는 친구에게서 하나님의 사랑과 용서를 삶으로 실천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배우게 됩니다. 하지만 폐병을 앓던 헬렌 번스는 병세가 악화되어 위독한 상태가 되고, 그 소식을 듣게 된 제인 에어는 다른 사람들 몰래 그녀의 병실을 찾아갑니다. 둘은 천국에 관한 대화를 나눈 후에 같은 침대에서 잠이 들고, 다음날 아침 헬렌 번스는 제인 에어를 껴안은 채 숨을 거둡니다.

 

이 사건이 있은 후에도 제인 에어는 6년간은 우수한 학생으로, 그리고 그 능력을 인정받아 2년간은 교사로 로우드 학교에서 계속 생활합니다. 하지만 그녀의 학문과 성품에 크나큰 영향을 끼쳤던 템플 교장선생님이 결혼하면서 학교를 떠나게 되자 제인 에어는 커다란 상실감을 경험합니다.

 

템플 선생이 떠나신 날부터 나는 그때까지의 내가 아니었다. 로우드 학교를 내 집처럼 정들게 했던 모든 아늑한 기분이나 연상이 템플 선생과 함께 사라지고 만 것이다. 나는 템플 선생으로부터 그의 몇 가지 성품과 습관을 담뿍 흡수했고 보다 균형 잡힌 사고방식을 체득했고 절도 있는 감정을 몸에 붙이게 되었다. 나는 의무와 질서에 충실하기를 맹세했다. 내 마음은 안온했고 또 만족해 있었다. 타인에게도 또 내게도 나는 절도 있고 온화한 인물로 비치고 있었다.”(상권 p.147)

 

이제 제인 에어는 더 이상 로우드 학교에 남아있을 이유를 발견하지 못하고 가정교사 일자리를 찾는 광고를 내게 됩니다. 새로운 모험에 자신을 맡긴 것이죠.

 

새롭게 찾은 일자리는 손필드 지방의 어느 커다란 저택에서 아델러라는 어린 여자아이를 가르치는 것이었습니다. 거기서 그녀는 그 집을 관리하는 페어팩스 부인의 따뜻한 환대를 받게 되고, 석달이나 지나서야 주인인 로체스터 씨를 만나게 됩니다. 무뚝뚝한 성격의 로체스터는 결코 미남이라고는 할 수 없는 얼굴이었지만 거칠고 남자다운 면이 있었고 유산으로 물려받은 막대한 재산의 소유자였습니다. 페어팩스 부인은 웬지 그가 손필드 저택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다가 가끔씩만 머무르고 또 훌쩍 가버린다는 사실도 알려줍니다. 제인 에어 역시 그가 자기 집을 노여운 눈길로 노려보다가 분노를 삭히는 모습을 목격하기도 하고, 자기는 손필드에서 절대 행복할 수 없다는 수수께끼같은 말을 그에게서 직접 듣기도 합니다. 물론 제인 에어는 궁금해할 뿐 그 이유를 알지 못하죠. 로체스터는 틈나는 대로 제인 에어에게 자신의 방탕했던 과거 이야기를 털어놓기도 하고, 자기가 왜 어느 경박한 프랑스 무희의 사생아인 아델러의 보호자가 되었는지도 말해줍니다. 그러면서 제인 에어를 대하는 로체스터의 태도는 처음의 딱딱하고 오만한 모습에서 점점 예의 있고 솔직하며 다정스러운 태도로 바뀌어가고, 그녀 역시 그의 그런 모습에 마음이 끌리게 됩니다.

 

어느 날 새벽 두 시가 넘은 시간에 기괴한 웃음소리가 문밖에서 나는 것을 듣고 잠이 깬 제인 에어는 로체스터의 침실에서 불이 난 것을 발견하고 그를 구해줍니다. 그리고 얼마 전 페어팩스 부인으로부터 집에서 종종 들리는 기괴한 웃음소리의 주인공은 그레이스 풀이라는 하녀라고 들었던 것을 생각하고는 그녀가 범인이 틀림없다고 로체스터에게 말해줍니다. 로체스터는 그녀의 말에 수긍하지만 다음 날 아침 그레이스 풀에게는 아무런 징계조치도 내려지지 않고, 더구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한 그녀의 천연덕스러운 태도에 제인 에어도 혼란스러워집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로체스터를 찾지만 그는 이미 귀족들이 모이는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이른 아침 손필드 저택을 떠난 뒤였습니다. 더구나 페어팩스 부인으로부터, 그 파티에 참석하는 블랑슈 잉그램이란 젊은 여인이 눈부시게 아름다운 외모의 소유자이고, 로체스터가 그녀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는 그가 혹시 자기를 좋아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상상을 잠간이라도 한 것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손필드를 떠난 지 2주일쯤 지났을 때 로체스터는, 파티에 함께 했던 다른 귀족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중에는 페어팩스 부인이 말한 잉그램 양도 있었는데 과연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웠고 제인 에어도 로체스터와 잉그램 양이 서로에게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인 에어의 마음은 어느새 아무리 억제하려 해도 안될 정도로 로체스터를 사모하고 있었습니다.

 

그때까지 그를 사랑하리라고 마음먹은 적은 없었다. 내가 내 마음속에 싹튼 사랑의 싹을 발견하고 그것을 뿌리 뽑으려 무던히도 애썼다는 것을 독자는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이제 다시 그의 얼굴을 보자마자 그 사랑의 싹이 새파랗고 힘차게 다시 솟아나는 것이었다! 그는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나로 하여금 그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 것이다.”(상권 p.313)

 

귀족 손님들의 연회가 며칠이나 이어지는 동안 메이슨이라는 방문객이 손필드를 찾아옵니다. 그는 서인도제도에서 한때 로체스터와 함께 지냈던 친구였는데 불행히도 방문한 첫날 밤 침실에서 그레이스 풀이 휘두른 칼에 찔려 중상을 입게 됩니다. 로체스터의 부탁으로 제인 에어는 메이슨을 간호하게 되고, 로체스터는 집안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도록 사건을 조용히 수습합니다.

 

얼마 후에 게이츠헤드에서 사람이 와서 불행한 소식을 전합니다. 어린 시절 제인 에어를 못살게 굴던 존 리드가 방탕한 생활 끝에 자살을 하고, 충격을 받은 리드 부인은 앓아눕게 되었다는 것이었죠. 회복의 가망이 없는 리드 부인이 죽기 전에 자기를 만나고 싶어한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제인 에어는 로체스터에게 휴가를 받아 게이츠헤드를 찾습니다. 어린 시절 자기에서 친절을 베풀어준 하녀 베시와 반가운 재회를 한 후 그녀는 리드 부인이 누워있는 침실로 갑니다. 리드 부인은 죽어가면서도 제인 에어에 대한 증오의 감정을 풀지 않죠. 다만 임종 직전 일말의 양심의 가책 때문인지 3년 동안이나 숨겨왔던 사실을 제인 에어에게 고백합니다. 자녀도, 가족도 없는 제인 에어의 어느 친척이 그녀를 양녀로 삼아 그동안 모아온 거액의 재산을 물려주고 싶다는 편지를 리드 부인에게 보내왔는데, 리드 부인은 제인 에어에 대한 증오심 때문에 그녀가 이미 죽었다고 거짓말을 한 것이었습니다. 진실을 털어놓은 후 리드 부인은 자기의 두 딸들조차 슬퍼하지 않는 가운데 세상을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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