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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 시와 극으로 표현된 인간사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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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ng&cucumber 2021. 3. 16.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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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책은 영국의 문호 셰익스피어의 비극 햄릿입니다. 처음 쓰여진 후 400년 이상이나 지났으나 여전히 새로운 의미를 던져주는 고전입니다. 운문이니만큼 번역하기가 더 까다롭다고 여겨지는데, 원문에 충실하면서도 시적인 아름다움까지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는 최재서 번역본(올재)을 선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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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의 왕자 햄릿은 선왕이었던 아버지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을 뿐 아니라 어머니 거트루드가 남편의 장례를 치른지 두 달도 지나지 않아 왕위를 이어받은 숙부 클로디어스와 결혼한 것 때문에 괴로워합니다. 그러던 중 왕궁의 경비병으로부터 선왕의 혼령이 밤마다 나타난다는 보고를 받고 직접 확인하기 위해 충직한 신하 호레이쇼와 함께 밤에 경비초소를 찾아가죠.

 

마침내 나타난 선왕의 혼령은 햄릿을 따로 불러 자신의 원통함을 호소합니다. 자기 동생 클로디어스가 자기를 독살한 후 백성들에게는 뱀에 물려 죽었다고 거짓말을 했고, 뻔뻔하게 자신의 왕위와 아내를 차지하고 있으니 꼭 복수해달라는 것이었죠. 그렇지만 어머니 거트루드에 대해서만은 원한을 품지도, 해치지도 말라고 당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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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 알게 된 햄릿은 복수심에 불타오르고 점점 비정상적인 언행을 보입니다. 이를 걱정하는 클로디어스 왕과 왕비에게 신하 플로니어스는, 그 이유가 자기 딸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이전부터 햄릿 왕자가 자기 딸 오필리아를 흠모하였으나 딸에게 왕자님을 만나지 못하도록 했기에 햄릿이 상사병에 걸렸다는 것이죠.

 

한편 햄릿은 선왕의 혼령이 들려준 말이 정말 사실인지 확인하고자 때마침 방문 중인 극단 배우들을 활용하려는 계획을 세웁니다. 왕을 암살하는 내용의 연극을, 클로디어스 왕이 참석한 자리에서 상연하려는 것입니다. 연극을 관람하는 클로디어스 왕의 안색을 살펴보면서 선왕 살해의 진위여부를 알아내겠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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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예정된 연극이 왕과 왕비, 햄릿, 그리고 신하들 앞에서 상연됩니다. 그리고 예상대로 왕이 독살 당하는 장면에서 클로디어스 왕은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리고 연극은 중단됩니다. 그 모습을 본 햄릿과 친구 호레이쇼는 혼령의 말이 모두 사실임을 확신하게 되죠. 연극이 중단된 직후 왕비의 부름을 받은 햄릿은 모자(母子)의 인연과 선왕의 당부를 마음속에 되뇌이면서 어머니를 찾아갑니다.

 

! 이제는 어머니한테 가봐야 하겠다. 마음아, 천륜의 정을 잃지 말라 (...) 혀끝을 단도 삼아 내 어머니의 가슴을 찌르리라만, 단도를 쓰지는 않으련다. (...) 거친 말로 어머니를 책망한다 할지라도 나의 영혼이여, 그 말들을 실행하는 데 동의하지 말라”(p.138)

 

한편 연극을 보고 나서 클로디어스 왕은 혼자서 갈등합니다. 형을 죽이고 왕위와 왕비를 찬탈한 죄에 대해 뒤늦게 양심을 가책을 느끼면서 회개의 기도를 드려보기도 하죠. 그 모습을 어머니를 만나러 가던 햄릿이 우연히 발견하고 그 자리에서 복수하고픈 충동을 느끼지만 기도 중에 죽으면 천국에 가게 할까봐 포기합니다.

 

이윽고 찾아간 왕비의 방에서 햄릿은 울분에 차서 어머니의 부도덕한 행실을 비난합니다.

 

왕비 : 아아, 동궁, 동궁은 내 마음 속을 둘로 쪼개었소.

 

햄릿 : 아아, 그 나쁜 부분일랑 버리십시오. 그리고 나머지 부분을 가지고 좀 더 깨끗하게 사십시오. 안녕히 주무십시오. 그러나 숙부의 자리로 가지는 마십시오. (p.148)

 

그리고 햄릿은 이 대화를 숨어서 엿듣던 플로니어스를 찔러 죽이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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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비로부터 햄릿의 상태와 플로니어스의 죽음 소식을 들은 클로디어스 왕은 위협을 느끼고 햄릿을 보호한다는 구실 하에 영국으로 보내려 합니다. 그리고 햄릿의 옛친구들이지만 지금은 권력욕에 눈이 먼 로젠크란츠와 길든스턴에게 햄릿을 영국으로 데리고 갈 것을 당부합니다. 도착 즉시 햄릿을 죽여달라는 내용을 적은, 영국왕에게 보내는 편지와 함께...

 

하지만 항해 도중 해적을 만나는데, 햄릿의 몸값을 기대하는 해적들에 의해 햄릿은 덴마크로 돌아오게 되고, 로젠크란츠와 길든스턴만 그대로 영국에 도착합니다. 비밀스런 편지의 존재를 알아챈 햄릿이 자기 이름 대신 그 둘의 이름으로 바꾸어 적은 편지를 들고서 말이죠.

 

한편 아버지의 죽음 소식을 알게 된 오필리아는 미쳐버리고, 얼마 후 물에 빠져 죽습니다. 그리고 그의 오빠 레어티즈는 아버지 및 여동생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서 클로디어스 왕을 찾아갑니다. 클로디어스는 그에게, 아버지를 죽인 자는 햄릿임을 알려주고 레어티즈의 복수심을 이용해서 햄릿을 제거하고자 합니다. , 햄릿과 레어티즈에게 검술 시합을 제안하면서 레어티즈의 칼에 독을 묻히고, 햄릿의 물잔에도 독을 타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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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막은 죽은 오필리아의 장례식 장면에 대한 슬프고도 긴 묘사와 함께 시작됩니다. 그리고 마침내 햄릿과 레어티즈의 검술 시합이 벌어지죠. 햄릿이 먼저 독이 묻은 칼에 찔린 후 서로 흥분하여 겨루는 중에 칼이 바뀌고 레어티즈도 독에 찔리게 됩니다. 또 클로디어스 왕이 햄릿에게 먹이려고 독을 섞은 물을 왕비가 모르고 마셔버리죠. 레어티즈는 죽어가면서 이 모든 계획이 클로디어스 왕에게서 나온 것임을 고백하자 햄릿은 격분하여 독이 묻은 칼로 클로디어스 왕을 찌릅니다.

 

레어티즈는 햄릿에게 서로가 서로의 죄를 용서하자고 말하면서 죽음을 맞이하고, 햄릿도 호레이쇼와 다음과 같은 대화를 나눈 후 남은 독잔을 마십니다.

 

햄릿 : (...) 호레이쇼, 나는 가네. 자네는 살게. 살아서 나라는 사람과 내가 지켜온 바 대의명분을 의아해하는 세상 사람들에게 똑바로 전해주기를 바라네.

 

호레이쇼 : 결코 저를 그렇게 생각지 마십시오. 몸은 비록 덴마크에 태어났지만, 정신은 대의를 위해서 자인(自刃)한 저 로마의 영웅들 브루투스나 카시우스처럼 생각해 주십시오. 이 잔에는 아직도 독약이 남아 있습니다.

 

햄릿 : 자네는 남아가 아닌가? 남아답게 그 잔을 날 주게. 놔라. 천하 없어도 그 잔은 내가 마신다. 호레이쇼 형장, 이대로 죽어버린다면 어떤 누명이 후세에 남을 것인가? 자네가 잠시라도 나를 소중히 생각했다면 천상의 행복을 잠시 물리치고 이 몹쓸 세상에 목숨을 보존하여 내 이야기를 후세에 전해주게. (p.206)

 

이렇게 왕궁은 시체들이 나뒹구는 비극적인 장면이 연출되고, 멀리서 은은한 포성이 들려오면서 무대의 막이 내립니다.

 

 

햄릿은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고, 지금까지도 가장 많이 상연되는 작품입니다. 하지만 해석하기 가장 어려운 작품이기도 하죠. 이 책에는 번역자의 해설이 실려 있는데 그 글에 따르면, 셰익스피어의 다른 대부분의 비극에서는 주인공이 가진 어떤 인격적 결함들(이를테면 야심이나 질투심, 혹은 오만함 같은)이 비극을 빚어내고, 그래서 주인공이 처벌될 때에 우리는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햄릿의 경우는 그렇게 간단하게 설명하기가 곤란하다는 것이죠. 그래서 햄릿 다양한 해석에 열려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인공 햄릿 외에도 이 작품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인물을 한 명 말하라면 호레이쇼를 꼽고 싶네요. 그는 고뇌하는 햄릿 곁을 든든히 지켜주는 신하이자 친구입니다. 작가는 한때 햄릿의 친구였으나 권력의 욕심에 사로잡혀 클로디어스 왕의 하수인 역할을 하는 로젠크란츠와 길든스턴과 같은 인물들과 대비시켜, 진정한 친구란 어떤 사람인가를 호레이쇼를 통해 그려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은 책으로 읽어도 물론 감명 깊지만 연극으로 상연되는 것을 관람할 때 진정한 감동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저는 연극 햄릿을 세 번 관람했습니다. 첫 번째는 어느 대학교 연극부 학생들이 공연하는 것이었는데 시대적인 의상과 소품들이 무척 웅장했던 기억이 납니다. 두 번째는 어느 전문 극단의 공연이었는데, 현대적인 인물과 배경으로 각색하여 상연한 것이었습니다. 요즘에는 그렇게도 많이 한다고 하는군요. 마지막 세 번째는 영국 배우들이 공연한 것을 스크린을 통해 관람했는데, 햄릿 역에 자그마치 베네딕트 컴버배치! 우리나라에서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상연되는 기회가 그리 많지 않으니 관람의 기회가 생기면 무조건 달려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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