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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과학의 언어로 쓰여진 우주의 대서사시(4 - 6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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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ng&cucumber 2021. 2. 19.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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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 천국과 지옥

이 장은 20세기 초에 있었던 특이한 사건 하나를 소개하며 시작합니다. 1908630, 중앙 시베리아의 한 오지에서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약 2,000 제곱 킬로미터의 숲이 초토화되어 버립니다. 사람들은 이를 퉁구스카 사건이라고 부르는데, 가장 설득력 있는 설명은 지름 약 100미터 정도의(그러니까 축구장 크기만한) 혜성 조각이 지구와 충돌했다는 것입니다. 혜성은 긴 꼬리가 보이는 특이한 모습 때문에 인류에게 공포감과 함께 경외심을 불러일으켜 왔고, 여러 가지 미신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가장 유명한 혜성인 핼리 혜성은 1707년에 뉴턴의 친구인 에드먼드 핼리가 그 주기를 계산해 낸 후, 그의 예측대로 76년 후에 다시 모습을 나타내자 지금과 같은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특히나 지구에 가까이 접근했던 1910년에는 핼리 혜성의 꼬리 부분이 지구를 관통했는데, 이 사실 때문에 사람들은 크게 겁을 먹었고 지구 멸망의 날이 오기 전 즐겁게 한판 놀아보자는 파티가 세계 여기저기서 벌어질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핼리 혜성과 같이 지름이 20킬로 미터에 이르는 비교적 커다란 혜성이 지구가 충돌할 확률은 기껏해야 10억 년에 한번 정도라고 하네요.

 

이 장의 후반부는 금성에 관하여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지구에서 가깝고 크기도 비슷하여 친근하지만 금성을 둘러싸고 있는 두껍고 불투명한 구름으로 인해 갈릴레오가 처음 망원경으로 관찰한 이후 최근까지 실제 금성의 모습이 어떠한지 신비에 싸여 있었죠. 다행히 천체분광학이란 과학기술의 발달과, 구소련 및 미국의 탐사선이 금성 표면에 성공적으로 착륙하여 촬영한 사진을 통해 그 오랜 신비가 밝혀졌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사람들이 오랫동안 궁금하게 여겨왔던 생물체는 없었습니다.

 

금성은 표면의 온도가 대략 섭씨 480도 정도이고, 표면 대기압도 90기압에 육박하여 도저히 생물체가 살아갈 조건이 안되었습니다. 더구나 금성을 둘러싸고 있는 짙은 구름들은 농축된 황산 용액임이 밝혀졌습니다. 저자는 오래전부터 우리에게 아름다운 상상력을 키워주었던 금성이 실은 이 장의 제목처럼 지옥과 유사한 곳이며, 상대적으로 천국인 우리 지구의 상태에 대해 감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려 섞인 경고도 빼놓지 않습니다. 금성 표면의 온도가 그토록 높은 이유로서 두터운 구름층으로 인한 온실 효과 때문이라고 추측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지구에서도 현대 산업문명의 발달로 인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함량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서 언젠가는 지구의 기온 역시 급격하게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고 예견합니다. 저자의 예측 이후 반 세기가 지나지 않은 지금 그 예측은 점점 현실화되고 있죠. 저자는 다음과 같은 말로 이 장을 마무리합니다.

 

현대에 들어와서 인류의 활동이 지구에 아주 새롭고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우리의 지능과 기술이 기후와 같은 자연 현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힘을 부여한 것이다. 이 힘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인류의 미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하여 무지와 자기만족의 만행을 계속 묵인할 것인가? 지구의 전체적 번영보다 단기적이고 국지적인 이득을 더 중요시할 것인가? 아니면 우리의 자녀와 손자손녀를 위한 걱정과 함께, 미묘하고 복잡하게 작용하는 생명 유지의 전 지구적 메카니즘을 올바로 이해하고 보호하기 위해서 좀 더 긴 안목을 가져야 할 것인가? 알고 보니 지구는 참으로 작고 참으로 연약한 세계이다. 지구는 좀 더 소중히 다루어져야 할 존재인 것이다”(p.215)

 

 

5 : 붉은 행성을 위한 블루스

이 장은 지구와 가까운 또 하나의 행성인 붉은 행성화성에 대한 내용입니다. 저자는 1897년에 발표된 조지 오웰의 소설 우주 전쟁의 첫 장을 인용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지구 이외의 세상에 생명이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그런 생명체가 존재했으면 하는 희망이 뒤섞인 가운데 우리의 그런 관심이 유독 강하게 투영된 곳이 화성입니다.

 

화성 탐구의 역사에서 퍼시벌 로웰이란 사람의 이야기는 흥미롭기 그지없습니다. 19세기 말에 우리나라에 와서 외교관으로 근무한 특이한 경력도 있는 이 사람은 자신의 전 생애를 바쳐 화성을 관찰하며 연구했고, 죽을 때까지 화성에 지적 생명체가 살고 있다고 믿었습니다. 부유했던 로웰은 애리조나 주의 한 언덕에 자기의 천문대를 만들어 놓고 긴 시간 동안 망원경으로 화성을 들여다보며 자기가 관찰한 내용을 그림일지로 남겨 놓았습니다. 특히 그는 화성 표면에서 발견되는 그물 같은 선들이 그곳 생명체들이 만든 운하일 것이라고 추측했습니다. 지금은 화성 주위를 선회하는 인공위성을 통해 당시보다 1,000배나 더 정밀한 관찰이 가능해졌고, 그 결과 로웰이 주장했던 내용이 대부분 근거없는 것임이 밝혀졌지만, 저자는 그의 연구가 자신을 비롯한 후대 사람들에게 행성 탐험을 하나의 가능성으로 받아들이게 해주었고, 우리에게 언젠가 화성에 갈 수 있다는 상상력과 확신을 심어주었다는 점에서 긍정 평가합니다.

 

오늘날 로켓 과학의 발달로 인해 로웰이 화성에 대해 알고 싶어했던 바는 어느 정도 다 알게 되었습니다. 금성 탐사에 있어서 놀라운 성취를 이룬 것은 구 소련이었는데 비해 화성 탐사의 영광은 미국에게 돌아갔습니다. 19767월 미국의 화성 탐사선 바이킹호가 화성의 한 지점에 무사하게 착륙한 것입니다. 그때의 상황을 저자는 다음과 같이 적고 있습니다.

 

바이킹 탐사를 통해 밝혀진 화성은 엄청나게 흥미로웠다. 착륙지의 선정 조건이 그렇게 별 볼 일 없는 것이었음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사진에는 운하를 건설하는 기사도, 바르숨의 비행 자동차나 단도도, 공주나 전사도, 소트나 발자국도, 그리고 선인장이나 캥거루쥐의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 시야에 들어오는 경관에는 생명의 징조라고는 아무 것도 없었다”(p.248-249)

 

저자는 화성에 혹시 미생물이라도 존재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버리지 않고 바이킹 계획에 미생물 탐사계획을 추가시키고 추진해 온 과정을 설명합니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현 상태로서는 화성의 미생물학적 존재를 받아들여야 할 확실한 증거가 없다고 인정하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킹호의 화성 탐사는 역사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우주 탐사계획이었다고 저자는 자부합니다. 다른 종류의 생명에 어떤 것들이 있을 수 있는지를 진지하게 찾아본 첫 번째 시도였을 뿐 아니라, 우주선이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서 수 시간 이상 작동할 수 있었던 최초의 경우이기도 했다는 점에서죠. 그리고 저자는 다음과 같은 아름다운 희망을 조심스럽게 피력합니다.

 

만약 화성에 생명이 있다면 화성을 그대로 놔둬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그런 경우라면 비록 화성 생물이 미생물에 불과할지라도 화성은 화성 생물에게 맡겨 둬야 한다. 이웃 행성에 존재하는 독립적 생물계는 가치 평가를 초월하는 귀중한 자산이다. 그런 생명의 보존은, 내 생각이지만, 화성의 다른 용도에 우선돼야 한다. 그렇지만 화성에 생명이 없다면 어떨까? 화성은 원자재의 공급원으로는 적당치 않다. 앞으로도 수 세기 동안은 화성에서 지구까지 화물을 운송해 오는 데 드는 비용이 비현실적으로 비쌀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화성에 가서 살 수는 있지 않을까? 어떻게든 인간이 거주할 수 있도록 화성을 변형시킬 수 있지 않을까?”(p.269)

 

 

6 : 여행자가 들려준 이야기

미국의 무인 우주선 보이저 2호는 1977820일 지구를 떠난 이후 화성 궤도와 소행성 지대를 통과하여 19797, 목성권에 접근했습니다. 태양 전지 대신 소형의 자체 핵 발전소를 갖춘 이 1톤 남짓의 정밀 기계는 태양계 외곽에 자리잡고 있는 행성들 곁을 지나며 수만 장의 사진을 지구까지 전송해 주었습니다.

 

보이저 1호와 보이저 2호는 목성권을 지나면서 갈릴레오 위성들(목성의 네 개의 큰 위성들을, 갈릴레오가 처음 발견했다 하여 그렇게 부름)의 사진들을 지구에 보내 주었습니다. 그런 사진들이 어떻게 지구에까지 전송될 수 있는지를 책에서 간략하게 설명하고 있는데 아마도 숫자 신호를 영상 이미지로 변환시키는, 즉 디지털 기술 같은 것을 의미하는 듯합니다. 저자는 독자들의 흥미를 위해 만약 보이저 1호와 보이저 2호가 유인 우주선이었다면 우주선의 함장들이 어떤 내용의 항해일지를 작성했을지 상상하여 책에 기록해 놓았습니다. 그 중 몇 개를 예로 들면,

 

1: 식량과 기타 비축물, 그리고 기기에 관한 걱정을 뒤로하고, 성공적으로 케이프 커네버럴 우주기지를 이륙, 행성과 별을 향한 긴 여정을 시작했다.

 

13: 우리 뒤로 보이는 지구와 달을 촬영하다. 둘이 우주에 나란히 떠 있는 모습을 찍은 최초의 사진이다. 참으로 어여쁜 한 쌍이다.

 

295: 소행성대 진입. 큰 바위 덩어리들이 사방으로 굴러다니니 영락없는 우주의 모래톱과 암초이다. 대부분은 궤도 추정이 불가능하다. 경계 요원을 배치했다. 충돌을 모면하길 바란다.

 

640: 인상적이고 멋들어진 구름 무늬다.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이나 블레이크나 뭉크의 작품들이 연상된다. 그러나 연상은 실제 상황에 미치지 못하는 법. 어떤 예술가도 이런 장관을 그리지 못했다. 그것은 아무도 우리 행성을 벗어나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구에 발이 묶인 화가가 어떻게 이토록 신비롭고 아름다운 세계를 상상이나 하겠는가.

 

세이건 교수는 우주의 장관과 경이,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해 단지 과학적인 설명에만 머무르지 못하고 종종 문학적, 예술적 감성으로 다가갑니다. 사실 그는 Contact라는 과학소설을 발표한 작가이기도 하죠. 저자는 보이저호의 항해를 따라 토성의 아름다운 테와, 태양계에서 가장 큰 위성인 타이탄의 모습을 묘사합니다. 그런데 보이저호는 결국 어떻게 될까요? 우주선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면 천왕성, 해왕성 등의 궤도 근방을 지나 21세기 중반에는 태양권계를 완전히 벗어나서 별들 사이에 펼쳐진 무한의 공간을 영원히 방랑하게 될 운명이라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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